프리건 운동이라는게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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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1-18 01:40
입력 : 2010-08-09 0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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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은 소비로 점철돼 있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소비의 하루가 시작된다.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아침밥을 먹고 향기로운 샴푸와 비누로 머리와 몸을 씻는다. 자동차나 버스, 지하철을 타고 학교와 직장에 가고, 불 밝힌 전등 아래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수업을 듣거나 업무를 본다. 책상 위에 테이크아웃 커피가 놓일 때도 있다. 잠에 들 때까지 전등은 계속 켜져 있으며 TV와 컴퓨터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옛 사람들은 직접 기른 채소로 음식을 만들고 직접 구한 나무와 흙으로 집을 지었지만 오늘날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은 보기 드물다. 도시의 땅은 채소를 기르기에는 비좁고,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너무 넓다. 환한 전등에 익숙해진 눈에 희미한 촛불은 오히려 어둠이다. 오늘날 인간은 일 분 일 초도 소비하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소비에 종속된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소비의 생활을 과감히 그만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프리건(Freegan)족(族)이다. 프리건은 ‘자유롭다(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무료로(free)’ ‘얻는다(gain)’는 뜻도 갖고 있다
프리건 족은 ‘최소의 소비’를 지향한다.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거리를 구하고 버려진 건물에 집을 꾸린다. 자동차를 타지 않음은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일절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괴짜 같지만 이 모든 행동이 건강한 환경, 올바른 경제사회, 인권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프리건. 우리나라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생활과 생각 면면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뉴욕 프리건 사무소의 마들린 넬슨(Madelin Nelson)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 프리건 운동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프리건 운동은 1990년대 중반 반세계화운동과 환경운동의 일환으로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1960년대 샌프란시스코 헤인트애시베리 지역에서 음식을 모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했던 히피그룹 ‘디거(Digger)’도 프리건의 초창기를 이뤘다고 할 수 있지요. 1960년대에 출간된 <이 책을 훔쳐라(Steal this Book)> 작가인 애비 호프만(Abbie Hoffman)은 쓰레기 속에서 음식을 찾고 생필품을 얻는 활동이 일종의 혁명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익명의 작가는 2000년 2월부터 우리를 소개하는 팸플릿 <왜 프리건인가?>를 배포하기도 했지요."
- 프리건 활동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요. 나이나 직업, 경향 같은 측면에서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문화적 배경에 속한 사람들이 프리건 활동에 참여합니다. 보통은 적은 돈으로 살기 위한 방편으로, 혹은 ‘좋은 일’의 일환으로 프리건 활동을 시작해요. 하지만 나이, 직업, 참여 동기와 상관없이 결국 참가자 모두는 세계화한 자본주의 산업화 시스템에 대한 반대 원리로 프리건 활동에 뛰어든다고 볼 수 있지요."
‘쓰레기 다이빙(dumpster diving)’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프리건 활동이다. 프리건은 대형마트나 소매상점이 폐점 후 버린 쓰레기들을 뒤져 음식과 생필품들을 찾아낸다. 책 <죽음의 밥상>에서 저자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이 만난 프리건들은 대형마트 쓰레기 창고를 뒤져서 찾은 아스파라거스, 호박, 브로콜리, 생 토마토로 파스타를 만들고, 역시 그곳에서 찾은 뉴질랜드산 유기농 스파클링 오렌지주스까지 곁들여 만찬을 즐긴다. 이 밖에도 그들은 쓰레기 창고에서 유통기한이 2주나 남은 달걀, 냉장고에서 꺼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닭다리, 포장이 뜯기지도 않은 케이크 등을 찾았다. 개중에는 유통기한이 전혀 필요 없는 휴지와 전동칫솔도 있었다.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음식과 물건들을 상점 안의 매장이 아닌 뒤꼍의 쓰레기 창고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프리건들이 정말 쓰레기다이빙을 통해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 가장 흥미로운 점은 프리건에 의해 버려진 음식들이 다시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쓰레기통에서 필요한 음식을 얻을 수 있나요.
"미국의 농장, 공장, 상점, 가정집에서 소비하는 음식은 거의 반 이상 버려집니다. 많은 연구들이 선진국에서 이런 식으로 쓰레기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 프리건의 목표지점은 주로 소매상점의 쓰레기통입니다. 보통 소매상점들은 진열한 음식의 5~10%를 주기적으로 버리죠. 그 쓰레기통에서 온갖 종류의 신선한 채소, 달걀, 빵, 훈제치킨, 샌드위치, 날짜가 조금 지난 통조림제품이나 포장제품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음식이 아닌 것들도 얻을 수 있어요. 문구류, 접시 세제 같은 것들 말이에요. 최근 우리가 구한 것 중에는 쓸 수 있는 새 카메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해진 음식들은 위생적인가요.
"우리가 쓰레기통에서 구한 음식 대부분은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제품들입니다. 가끔 멀쩡하게 포장되어 있는 채소가 버려져있기도 해요. 어떤 가게에서는 좋은 상태로 포장된 음식들이 과일껍질이나 깨진 유리병에서 흘러나온 음식물들과 뒤섞여 있기도 합니다. 이건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더러운 상태는 아니죠."
- 프리건 활동은 ‘비(非) 소비’에서 이루어집니다. 소비를 하지 않는 것, 힘들지 않나요.
"피상적 측면에서는 필요가 생길 때 바로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사는 것이 가장 쉽겠지요. 우리가 일하는 이유도 새로운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 아닌가요? 오히려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뒤지고, 직접 옷을 수선하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쉬울 겁니다."
- 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보이콧이 될 수 있을까요.
"오늘날 기업의 유일한 존재기반은 소비자입니다. 기업은 광범위하고 세련된 광고전략을 통해 소비 속도를 촉진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다른 선진국 사람들은 물건이 다 닳기도 전에 새 옷과 가전제품, 가구 등을 사들이지만 물건을 사는데 쓴 비용 중 극히 일부만이 사회 및 환경 비용으로 나갑니다. 예를 들면 기업은 공장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폐기물 문제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무책임한 기업과 그 생산품에 대한 반대활동으로써 프리건 활동을 합니다."
- 하지만 소비하는 사람이 있기에 프리건도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모든 소비행위가 꼭 사라져야 하나요.
"한정된 지구의 자원에 비해 끔찍하도록 많은 양의 쓰레기를 생각한다면 모든 소비는 최소한으로 한정돼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물건을 닳을 때까지 쓰고, 버릴 때가 됐을 때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쓰레기통에서 모은 음식들이 먹을 수 없는 상태일 때는 퇴비로 만들고 그 음식 포장 용기를 재활용하거나 수선해서 쓰는 것이지요."
- 프리건이 꿈꾸는 올바른 경제 시스템이란 무엇인가요.
"올바른 정치경제 시스템은 가능한 한 분권화하고 평등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프리건들이 세계화한 후기자본주의가 낭비적이고, 불공평하고,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몇몇은 이제 한정된 지구의 자원을 생각하지 않는 자본주의모델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199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프리건은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2008년 <더 타임스>는 미국 뉴욕의 프리건들이 점차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미트업 닷컴(www.meetup.com)’에 따르면 현재 프리건 관련 활동 그룹은 22개, 활동인원은 총 3731명에 달한다.
- 프리건이 나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경기불황입니다. 돈을 쓰지 않는 프리건의 생활에 매료된 사람들이 ‘쓰레기 다이빙’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인식의 변화’입니다. 대기업과 정부가 이른바 지속가능한 노력이라며 벌이는 활동들이 환경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겉치레일 뿐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 겁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 우리가 마주하게 될 각종 사회 문제를 인식하면서 한 가지 대안으로 프리건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 프리건 활동이 만들어낸 기념비적인 효과가 있나요.
"프리건 활동으로 인해 사람들이 물건들을 소비하지 않고도 충분히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본주의 굴레 안에 있는 이들에게는 프리건 활동이 자본주의 말고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지요."
프리건의 미래에 대해 묻자 간결한 답변이 돌아왔다. “미래는 미래에 달린 것일 뿐이지요.”
현재 시점에서 프리건의 앞날을 단정짓지 않겠다는 뜻이며 훗날 세계의 문화·경제 시스템에 프리건의 앞날이 달려 있다는 의미였다. 미래에도 여전히 기업과 사회의 과잉생산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넘쳐난다면 프리건은 그 부당함에 맞서 더욱 활발히 활동할 것이다. 그러나 프리건이 지향하는 올바른 경제·사회 시스템이 이루어지는 날이 온다면? 프리건은 더 이상 쓰레기통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찾지 못하게 되고 그들은 행복한 종결을 이루어낼 것이다.
조민희/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소비의 하루가 시작된다.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아침밥을 먹고 향기로운 샴푸와 비누로 머리와 몸을 씻는다. 자동차나 버스, 지하철을 타고 학교와 직장에 가고, 불 밝힌 전등 아래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수업을 듣거나 업무를 본다. 책상 위에 테이크아웃 커피가 놓일 때도 있다. 잠에 들 때까지 전등은 계속 켜져 있으며 TV와 컴퓨터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옛 사람들은 직접 기른 채소로 음식을 만들고 직접 구한 나무와 흙으로 집을 지었지만 오늘날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은 보기 드물다. 도시의 땅은 채소를 기르기에는 비좁고,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너무 넓다. 환한 전등에 익숙해진 눈에 희미한 촛불은 오히려 어둠이다. 오늘날 인간은 일 분 일 초도 소비하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소비에 종속된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소비의 생활을 과감히 그만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프리건(Freegan)족(族)이다. 프리건은 ‘자유롭다(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무료로(free)’ ‘얻는다(gain)’는 뜻도 갖고 있다
프리건 족은 ‘최소의 소비’를 지향한다.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거리를 구하고 버려진 건물에 집을 꾸린다. 자동차를 타지 않음은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일절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괴짜 같지만 이 모든 행동이 건강한 환경, 올바른 경제사회, 인권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프리건. 우리나라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생활과 생각 면면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뉴욕 프리건 사무소의 마들린 넬슨(Madelin Nelson)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 프리건 운동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프리건 운동은 1990년대 중반 반세계화운동과 환경운동의 일환으로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1960년대 샌프란시스코 헤인트애시베리 지역에서 음식을 모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했던 히피그룹 ‘디거(Digger)’도 프리건의 초창기를 이뤘다고 할 수 있지요. 1960년대에 출간된 <이 책을 훔쳐라(Steal this Book)> 작가인 애비 호프만(Abbie Hoffman)은 쓰레기 속에서 음식을 찾고 생필품을 얻는 활동이 일종의 혁명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익명의 작가는 2000년 2월부터 우리를 소개하는 팸플릿 <왜 프리건인가?>를 배포하기도 했지요."
- 프리건 활동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요. 나이나 직업, 경향 같은 측면에서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문화적 배경에 속한 사람들이 프리건 활동에 참여합니다. 보통은 적은 돈으로 살기 위한 방편으로, 혹은 ‘좋은 일’의 일환으로 프리건 활동을 시작해요. 하지만 나이, 직업, 참여 동기와 상관없이 결국 참가자 모두는 세계화한 자본주의 산업화 시스템에 대한 반대 원리로 프리건 활동에 뛰어든다고 볼 수 있지요."
프리건의 모습.
‘쓰레기 다이빙(dumpster diving)’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프리건 활동이다. 프리건은 대형마트나 소매상점이 폐점 후 버린 쓰레기들을 뒤져 음식과 생필품들을 찾아낸다. 책 <죽음의 밥상>에서 저자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이 만난 프리건들은 대형마트 쓰레기 창고를 뒤져서 찾은 아스파라거스, 호박, 브로콜리, 생 토마토로 파스타를 만들고, 역시 그곳에서 찾은 뉴질랜드산 유기농 스파클링 오렌지주스까지 곁들여 만찬을 즐긴다. 이 밖에도 그들은 쓰레기 창고에서 유통기한이 2주나 남은 달걀, 냉장고에서 꺼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닭다리, 포장이 뜯기지도 않은 케이크 등을 찾았다. 개중에는 유통기한이 전혀 필요 없는 휴지와 전동칫솔도 있었다.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음식과 물건들을 상점 안의 매장이 아닌 뒤꼍의 쓰레기 창고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프리건들이 정말 쓰레기다이빙을 통해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 가장 흥미로운 점은 프리건에 의해 버려진 음식들이 다시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쓰레기통에서 필요한 음식을 얻을 수 있나요.
"미국의 농장, 공장, 상점, 가정집에서 소비하는 음식은 거의 반 이상 버려집니다. 많은 연구들이 선진국에서 이런 식으로 쓰레기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 프리건의 목표지점은 주로 소매상점의 쓰레기통입니다. 보통 소매상점들은 진열한 음식의 5~10%를 주기적으로 버리죠. 그 쓰레기통에서 온갖 종류의 신선한 채소, 달걀, 빵, 훈제치킨, 샌드위치, 날짜가 조금 지난 통조림제품이나 포장제품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음식이 아닌 것들도 얻을 수 있어요. 문구류, 접시 세제 같은 것들 말이에요. 최근 우리가 구한 것 중에는 쓸 수 있는 새 카메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해진 음식들은 위생적인가요.
"우리가 쓰레기통에서 구한 음식 대부분은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제품들입니다. 가끔 멀쩡하게 포장되어 있는 채소가 버려져있기도 해요. 어떤 가게에서는 좋은 상태로 포장된 음식들이 과일껍질이나 깨진 유리병에서 흘러나온 음식물들과 뒤섞여 있기도 합니다. 이건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더러운 상태는 아니죠."
- 프리건 활동은 ‘비(非) 소비’에서 이루어집니다. 소비를 하지 않는 것, 힘들지 않나요.
"피상적 측면에서는 필요가 생길 때 바로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사는 것이 가장 쉽겠지요. 우리가 일하는 이유도 새로운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 아닌가요? 오히려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뒤지고, 직접 옷을 수선하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쉬울 겁니다."
- 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보이콧이 될 수 있을까요.
"오늘날 기업의 유일한 존재기반은 소비자입니다. 기업은 광범위하고 세련된 광고전략을 통해 소비 속도를 촉진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다른 선진국 사람들은 물건이 다 닳기도 전에 새 옷과 가전제품, 가구 등을 사들이지만 물건을 사는데 쓴 비용 중 극히 일부만이 사회 및 환경 비용으로 나갑니다. 예를 들면 기업은 공장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폐기물 문제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무책임한 기업과 그 생산품에 대한 반대활동으로써 프리건 활동을 합니다."
- 하지만 소비하는 사람이 있기에 프리건도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모든 소비행위가 꼭 사라져야 하나요.
"한정된 지구의 자원에 비해 끔찍하도록 많은 양의 쓰레기를 생각한다면 모든 소비는 최소한으로 한정돼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물건을 닳을 때까지 쓰고, 버릴 때가 됐을 때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쓰레기통에서 모은 음식들이 먹을 수 없는 상태일 때는 퇴비로 만들고 그 음식 포장 용기를 재활용하거나 수선해서 쓰는 것이지요."
- 프리건이 꿈꾸는 올바른 경제 시스템이란 무엇인가요.
"올바른 정치경제 시스템은 가능한 한 분권화하고 평등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프리건들이 세계화한 후기자본주의가 낭비적이고, 불공평하고,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몇몇은 이제 한정된 지구의 자원을 생각하지 않는 자본주의모델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199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프리건은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2008년 <더 타임스>는 미국 뉴욕의 프리건들이 점차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미트업 닷컴(www.meetup.com)’에 따르면 현재 프리건 관련 활동 그룹은 22개, 활동인원은 총 3731명에 달한다.
- 프리건이 나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경기불황입니다. 돈을 쓰지 않는 프리건의 생활에 매료된 사람들이 ‘쓰레기 다이빙’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인식의 변화’입니다. 대기업과 정부가 이른바 지속가능한 노력이라며 벌이는 활동들이 환경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겉치레일 뿐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 겁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 우리가 마주하게 될 각종 사회 문제를 인식하면서 한 가지 대안으로 프리건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 프리건 활동이 만들어낸 기념비적인 효과가 있나요.
"프리건 활동으로 인해 사람들이 물건들을 소비하지 않고도 충분히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본주의 굴레 안에 있는 이들에게는 프리건 활동이 자본주의 말고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지요."
프리건의 미래에 대해 묻자 간결한 답변이 돌아왔다. “미래는 미래에 달린 것일 뿐이지요.”
현재 시점에서 프리건의 앞날을 단정짓지 않겠다는 뜻이며 훗날 세계의 문화·경제 시스템에 프리건의 앞날이 달려 있다는 의미였다. 미래에도 여전히 기업과 사회의 과잉생산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넘쳐난다면 프리건은 그 부당함에 맞서 더욱 활발히 활동할 것이다. 그러나 프리건이 지향하는 올바른 경제·사회 시스템이 이루어지는 날이 온다면? 프리건은 더 이상 쓰레기통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찾지 못하게 되고 그들은 행복한 종결을 이루어낼 것이다.
조민희/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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