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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필자로서 이 글을 쓰는 점을 독자들은 용납해주길 바란다. 우리나라에 학생인권조례라는 처음 나오기 시작한 때가 벌써 꽤 오래 전이다. 그리고 실제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어 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는 소식들이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는 그러한 사실에 상당히 반(反)하는 입장인데, 그것은 필자뿐만이 아니라 필자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나 필자와 동년배인 친우들이라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중간에 결론을 내고 시작하자면, 결국 필자가 말하는 것도 “남이 마련해준 사회는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란 소리다.

사실 권익, 인권 등을 가장 강력하게 원하는 이는 그것들의 필요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들의 필요성을 가장 모르는 이들이다. 마치 플라톤이 말했던 이데아, 동굴 속의 그림자만을 보고 그것을 취하려고 하는 일과 같은 것이다. 진리처럼, 진리를 쫓아 지식을 쌓으면 많은 생각으로 진리를 놓치고 진리를 만날 수 있는 순수한 상태에서는 지식이 없기에 진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패러독스다. 말하자면, 이 학생인권조례란 혜택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끼는 집단인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나 파급력에는 가장 무지(無知)한 집단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잠깐 학생인권조례가 주장하는 내용을 보자, 조례의 발의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학생들의 인권을 들먹거리며 같잖은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충족시키기 바라는 입장에서, 그것은 인권 존중이 선행되어야하기에, 학생들의 배움터이자 일터인 학교는 민주적인 공간이 여야하며, 그 일차적인 요건은 학생들의 인권이 존중받는 것이라는 길고도 긴 논리를 펴고 있다. 그리고 이 논리는 논리에 반(反)하는 모든 이들을 ‘인권은 쓰레기나 마찬가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힘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고 지저분한 흑백논리다. 사과를 좋아한다고 바나나는 무조건 싫어한다는 것이 된다는, 코흘리개 유치원생도 하지 않을 주장을 이들은 떳떳한 논리라며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학생들은 ‘교사가 자신의 정치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자제하여 학생들 본연의 생각과 뜻을 세우게 하자’라며 계획된 신성한 교단 위에서 ‘이건 너희들을 위한 것이다!’라며 논리를 부각하는 이들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이다. 그러니 가장 모르는 이들은 가장 열성적으로 원하며, 가장 잘 아는 이들은 뒤에서 혀를 차는 것이 아니겠는가!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학생인권조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필자도 사람이며 반대하는 사람도 사람, 그리고 시행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모두 사람이기에 맞는 것도 싫고 욕을 먹는 것도 싫으며 21세기 첨단사회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같은 옛 의식을 적용시키는 것도 별로 탐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기에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비슷한 시기를 지내온 독자라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정말로 싫었고 심지어 죽이겠다―며 살의를 표하는 학우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그것이 다 교훈이며 삶의 안전띠가 되어주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분별없이 자신의 사욕을 위하여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욕설을 내뱉는 선생의 경우는 인간 말종이라 표하며 벌을 내려야한다. 하지만 전체는 하나를 포함하되 하나는 전체를 포함할 수 없듯이 그런 선생이 존재한다고 하여 다른 의기(義氣)있는 선생들의 권리마저 빼앗을 수 있는가? 아니 그것은 불가(不可)하다. 이것은 일반화의 오류 같은 말을 쓰기보다도 단순히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아무리 학생의 인권과 기본권을 살려준다 한들, 그것을 정확히 사용하는 법조차 모르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정확히 숙지시키고 인지시킨 다음 성인이 되어 활개 치게 하면 왜 아니 되는가? 필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은 그리 해왔는데!

게다가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을 주장한 많은 이들은 교권의 붕괴에 대해 심심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그것을 그리 큰 문제라 여기지 않는 듯싶었다. 그네들과 우리가 배운 것들을 ‘일제치하의 잔재’라고 표현하며 단견(短見)이라고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물론 그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내가 존중받아야 남을 존중할 줄 알고 내가 복종하면 남에게도 복종을 요구하는 사람이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교편을 잡고 있는 선생에게까지 같은 논리를 적용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억압에 맞서기보다 복종을 내면화한 교사들이 교권을 내세운다고?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박해(迫害)요, 편견(偏見)이며 모함(謀陷)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저 논리를 찬성하지만 시행을 반대하는 필자를 필두로 여러 사람은 모두 복종밖에 배우지 못한 이들이라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같잖지도 않은 소리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존중과 복종에 대한 의견은 이해하나 달리 생각하면 복종을 받아 보았던 이가 고통을 알기에 상대를 존중하고, 존중받아본 이가 그 편함을 알기에 상대에게 복종보다는 존중을 강요하게 하는 것이다. 단지 일방적으로 존중받기에 존중하고 복종받기에 복종하게 하는 것은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인 사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최근 교권이 실추되고 학생이고 학부모고 선생을 속된 말로 ‘봉’으로 보며 심심찮게 학생이 선생에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대드는 모습마저 볼 수 있다. 필자도 이야기한대로 이것을 확대시키진 않겠지만 산지사방에서 이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불길한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구도 멸망하기 전에 암시적인 사고들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마치 우리 사회에서 교권이 깡그리 붕괴되기 이전의 전주곡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기분이 든다.

필자는 친우들과의 술자리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해 깊고 긴 토론을 한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리고 항상 결론은 똑같다. 교단이 바닥에 깔리면 더 이상 유교주의적인 사고가 아니더라도 우리 후배의 인성은 망가질 것이라고 말이다. 필자도 친구들도 흔한 말로 ‘너희도 당해봐라.’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오해할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매서운 회초리와 무서운 말이 있었기에 우리는 자유를 꿈꾸게 되었고 자유를 쟁취했으며 그 속에서 지킬 것은 지킬 줄 아는 올바른 사회인이 되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도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 약 6년 정도의 고행(苦行)을 견디지 못하는 이가 60년 이상을 살게 될 인생의 고행을 어찌 견디며,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학교에서 그런 예방접종하나 맞지 못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그 어떤 사회의 암적인 병에 견뎌낼 수 있겠는가? 학생들의 편의는 중요하다, 인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을 들이댄다고 해도 학생들의 인생과 그들의 삶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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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거친 글이지만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찬/반을 떠나서 무조건 적으로 옳은 일인가...? 하고 질문을 던지면 그거에는 무조건 Yes!! 라고 답하긴 어렵다고 보거든요.

어떻게든 만들어져야하고, 만들어지겠지만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