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 외국인 완전 부러웠던 이야기........
- 작성일
- 11-06-28 23:35
오늘 물건 살게 하나 있어서 어떤 샵엘 갔었더랬죠.
가는 길에 택시를 탔는데, (사올 물건이 무거운거여서 자전거는 불가능..... )
족전증이 있어서 브레이크도 제대로 못 잡는 할배기사님....
것두 박빠를 만나버려서 한참 스트레스 받아버리고.... ㅡㅡ;
확 대들까 하다가 꾸역 꾸역 참고 말아버린 상황......
마침 타이밍이 하수상하다보니.......... ㅡㅡ;;
(지하철 할머니, 할아버지 사건들...)
상당히 의기소침해서 샵엘 들어갔고, 물건 좀 보다가
가서 점원들이 물건을 찾아주는 사이에
왠 허름한 ......... 하지만 범상찮은 자전거(땋은 스포크..... ㄷㄷㄷ) 에 가방을 덕지 덕지 붙이고선 나타난 이방인 한사람....
먼지에 완전 찌들어버린 얼굴과 떡진 머리카락,
점원이 언능 나가서 맞이해주는데.......
딱보아하니 서로 말이 안통하는 느낌.......
평소 외국인들을 상대론 비개입주의 내지는 쌩주의로 임하는데,
마침 그상황에선 말을 안 꺼낼 수가 없겠더라구요
영어하냐고 물으니, 우리말 빼곤 불어도 하고 영어도 하고 그런다고.......
프랑스인이니? 그러니 프랑스 피도 섞였고 필리핀 피도 섞였고........ 뜬금없는 소리.... ㅋ
차차 이야기를 하다보니 캐나다사람...
지독한 자전거 덕후인데,
동남아 여행갔다가 잠깐 들른 베트남에서 영어 가르치고 돈 좀 벌어서 여행다니다가,
중국갔다가 인도네시아 갔다가 다시 중국내륙으로 돌아다니다 배타고 오늘 인천항 도착,
인천서 서울까지 달린거더군요.
서울에 들어오긴 했는데, 마포 가는 길을 좀 알려달라고 ........ -0-;;;
마침 그 샵도 제가 지리를 잘 모르는 곳이다보니
주인한테도 묻고 물어 대충 가르쳐줬는데 .............
암튼 어찌저찌하다가 이야기가 완전 삼천포로 빠져서
그친구 자전거 무용담만 근 2시간 정도 들어주게 됐더랬죠... ㅋㅋㅋㅋㅋㅋ
인도네시아 갔다가 저지를 받았는데, 그게 마침 푸엔테스 사건 (사이클링 도핑테스트 폭로사건)에 연루된 팀의 저지를 득템하게 됐다고... ㅋ
맘에 안들어서 이걸 어쩌나 하다가,
생각해보니 88 올림픽이 도핑으로 유명하지 않더냐........ 동향인 캐나다 사람 벤 존슨도 걸렸고 불가리아 역도 선수들도 걸렸고....
나름 도핑에 있어서 입지전적인 곳 아니드냐...
잠실에 경륜장이 있는걸로 아는데, 거기서 저지나 태워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둥....
(경륜장을 밀었거나 다른 용도로 쓰고 있을것 같다고 이야기 해줬는데,
샵 사장님도 잠실에 경륜장 없댔어요..... 지도 찾아보니 경륜장 아직 있네요...... ㅡㅡ;)
머........ 이야기는 끝도 없었죠.
자기는 토론토에서 메신저 생활도 하고, 경륜선수도 해보고 그랬다고........ -0-;;;
(정말로 몸이 정말 프로페셔널 사이클 선수 몸매였음.......
사이클 선수들에게서 보이는 특징적인 어좁이, 큰대가리, 터질듯한 허벅......... -0-;;
;;;;콘타도르, 카벤디시 검색........ 키도 엇비슷했을겁니다 ㅋ)
저 자전거가 캄보디아서 산 자전건데, 허브가 몇번씩 아작나질 않나,
싱글 스피드라길래 깜딱 놀래서 쳐다보니,
변속기는 없고, 그냥 8단짜리 스프라켓만 달아 만든 싱글 자전거 ㅡㅡ;;
(변속기 따윈 없고, 언덕 좀 높아진다 싶으면 손으로 체인 잡고 옆으로 옮겨주기.... ㅡㅡ;)
것두 아작날대로 아작나서 용접하고 프레임 구멍뚫어 막음질하고...... 난리.....
심지어 지도도 다 찌그러져가는 디카에 담아놓은 구글 지도가 전부.............. -0-;;;
저스트 언빌리버블........ -0-
하아...........
그친구의 자전거 무용담들을 듣다보니,
정말 내공 만땅의 진퉁 자덕.......
굇수도 그런 굇수가 없더군요.....
이미 장비따윈 초탈해버린 득도의 경지......
나름 자전거 다큐들........ 메신저들 사는것 부터 저레벨 중레벨 고레벨 레이싱까지
일반적인 국내 자덕들 조차도 잘 알지 못할 것들...... "나름 난 알고 있지롱~" 하던 그런 것들을
그친구는 직접 "살아왔던" 것이죠......
완전 부럽더군요.
당장 카드 만땅으로 써서 필요한 물통 케이지 하나 살 돈도 없는 상황인 친구가
말도 안통하는 이국에 자기 몸띠 하나, 자전거 하나 끌고선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
정말 질투가 대가리 끝까지 차오르는데 (자전거도 목적따라 무려 6대 ........ 하앍............... ) ,
질투 난다고 이야기하면 지는게 되는것 같고.......... ㄲㄲㄲㄲ
으헝....................
이야기를 하다가 하다가 결국 할 말이 다 떨어져서 그 친구도 가봐야될것 같다고 하고......
샵에 민폐를 끼친걸 그친구도 눈치를 챘는지, 명함달라는 센스를 발휘....... ㅋ
명함에다가 샵의 대략적 위치를 적어주고, 뒤에다가는 제 전화번호도 적어줬죠.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연락하라구요....
그러고는 헤어졌져.........
암튼 그 친구는 먼저 나가고,
홀로 남아 "어이쿠, 이거 민폐 끼쳐서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끝이 안나네요~"
"어이쿠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하시는 싹싹하고 착한 사장님...
너무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고........ 암튼 그랬네요.....
암튼 그간 제 잔차생활을 많이 반성하게 되더군요........ ㅎㅎ
반쯤 경량화 덕후가 돼서 틈만나면 자전거 무게 줄일 생각만 하죠,
어디 좋은 부품 없나 맨날 부품타령만 하고.......... ㅎㅎ
자전거 탄 로그는 꼭 그렇게 GPS로 기록을 해야하는건지...
미니멀 미니멀 타령은 해대도 결국 저지르는 짓은 맥시멈이질 않나.....
샵을 나서서 근처 국수집에서 국수 한젓가락 입에 쑤셔넣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암튼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던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정작 필요로 하는 "마포가는 길" ,
"잠실 경륜장 가는 길"
"26인치 1 3/8 타이어, 튜브"
그리고 큰 생수통도 집어넣을 수 있는 "토픽 모듈라 물통게이지"
4가지 모두 제대로 해결해주지는 못했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것 만으로도 정말 크디 큰 자극이 됐네요.....
혹여 Keith (키쓰, 혹은 키이스) 라고 , 퍼런색이 찌든 회색이 다돼버린 사이클링복에, 회색 헬멧 쓰고
마포 근처에 다 썩아가는 자전거 한대에 짐 잔뜩 싣고 돌아다니는 사람 보시면 아는체라도 하세효...... ㅋ
지리를 정확하게 가르쳐주지 못한게 못내 미안할 따름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