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이야기.
- 작성일
- 12-03-01 10:46
어젠 정말 오래간만에 국대 경기를 보았습니다. 뭐 이동국 때문이죠.
고등학교 때 한참 축구 많이하고, 보기도 많이 할 때 이동국이 나타났어요. 고종수, 안정환과 함께 k.리그 인기몰이를 했고, 세명다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응원을 했었죠. 사실 저 세명 중에 고종수는 덜 좋아했습니다. 부천sk와 윤정환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 라이벌 팀의 라이벌 미드필더를 좋아하긴 어려웠거든요.
어제 안정환은 굴곡도 많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런 사랑의 연장선 속에서 화려한 은퇴식을 가졌고, 이동국은 한국에서 가장 욕 많이 먹는 선수가 되었 ㅋㅋㅋ 최근 동정표가 늘어나는 걸 보니 역시 예능프로그램이 위력이 좋더군요. 그 전에도 이런 저런 스포츠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와서 입장을 밝히곤 했는데 그 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었어요.
우루과이 전 이후에 몰리는 비난에 대해선 전에도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http://baseballpark.co.kr/bbs/board.php?bo_table=bullpen2&sca=&sfl=mb_id%2C1&stx=physhik&wr_id=326799&page=&order_field=time&cwin=
그리고 어제 경기가 끝나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이동국이 패스를 잘하는 줄 몰랐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_-;; 이동국은 국내에서 크로스를 가장 잘 올리는 선수 중 하나입니다. 설기현 다음이죠. 설기현이야 발목 힘이 좋아서 크게 휘어지는 좋은 크로스를 날리고, 이동국의 경우에는 각은 작아도 정확하게 날아갑니다. 수비도 예상하기 좋은 곳에 떨어지겠지만, 이동국 이외에 팀에 공중권을 확실하게 따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위력적일 수 있어요. 이동국이 활동량이 적다는 욕을 먹은지 5년쯤 되고 상무에서 뛸 때는 이동국이 윙을 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페이스(최고속도)도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윙으로도 좋은 활약을 했죠. (이동국의 최대 단점은 민첩성이지, 스피드가 아님)
세상에 안티라는 것은 없을 수가 없는 건데, 안타까운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해 과도한 비난을 하려면, 좀더 자세히 알아보려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거랑 사실 왜곡 두개만 안하면 안티가 나쁘다고 할 수도 없죠. 그러나 현실은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오히려 심한 비난을 일삼죠.
어제도 인터넷으로 경기를 보는데, 국내 중계를 들었거든요. 옆에 채팅창이 있는데, 전반전 내내 이동국에 대한 이유없는 비난이 쏟아지더군요. 분명 경기의 문제점은 중앙 한쪽이 텅비어있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중거리슛 형태의 제2차 공격허용에 있었고(김두현;;)
폼이 떨어져있는 박주영에 비해서 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실력 여부를 떠나 팀 전술 자체가 이동국의 포스트 움직임과 윙어들과의 협력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팀의 찬스에 자주 보였죠. 전북에서 맡았던 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 핵심이었기 때문에 골이 나기 전에 이동국을 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그냥 일단 이동국을 빼야 된다고 줄기차게 채팅창에 글이 올라오니 한숨이 나와서 채팅창을 닫아버렸음.
뭐 이동국이 골을 터뜨리면서 위아 더 월드가 되는 것이냐 했는데, 그대로더군요. 일부 안티가 박주영 쪽으로 옮겨간 것과 이동국은 결국 아시안용일 뿐이라는 10년째 들어오던 이야기만 -_-;;
히딩크가 이동국을 제외하고 4강에 오를 때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결국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이동국보단 이천수같은 선수로 채워야 하는 거 아닌가(지금은 이근호처럼 활동력이 좋고, 수비시 비는 공간을 빠르게 메워줄 수 있으며, 상대 수비에 대해선 체력적인 부분에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을 했었죠. 이기는 경기보단 지지않는 경기가 토너먼트에선 중요하고, 그럴려면 한방이 있는 선수가 가지는 비중은 줄어들 수 밖에 없죠.
근데 잘못 생각했던게, 이동국은 히딩크에게 버림받은 게 아니고, 황선홍, 안정환과의 주전경쟁에서 탈락한 것 뿐입니다. 박지성, 이천수야 위의 이유로 윙포워드로 기용을 한다지만, 팀에는 포스트에서 슛과 윙어에게 패스를 연결해줄 수 있는 선수와 그동안 지지 않고 견뎌온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조커가 필요했는데, 거기에서 경험많은 황선홍과 유럽무대 경험이 있는 판타지스타 안정환이 선택된 것 뿐이죠.
당시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 중 경기를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들도 꽤 많이 있는데, 그 중에는 제가 좋아하던 윤정환 선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선수에게도 이동국은 밀린 건데, 윤정환이야 안정환같은 팀내 테크니션이 부진하거나 미드필더에서 패스조직력이 붕괴되거나 하는 극단적인 위기가 처해졌을 때 사용할 수 있거든요. 팀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하는 감독의 구상에서 당시 젊었고 부상회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이동국이 탈락한 것이지, 히딩크가 이동국을 국대에서 뛸 능력 부족으로 낙인을 찍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최강희 감독의 최종예선 국가대표팀에서 이동국이 중용될 것은 어느 정도는 확실해보입니다. 현재 폼도 괜찮은 편이고, 최강희 밑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은 이동국은 위협적일 수 있는데다가, 최강희가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선수니까요.
근데 만약 본선에 올랐을 때, 본선에서도 뛸 수 있겠느냐는 것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좀 부정적이에요. 그 때까지 유럽에서 뛰고 있는 포워드들이 더 성장해주고, 박주영도 폼을 더 찾아서 나갈 확률이 2살 나이가 더 먹은 이동국이 폼을 유지하고 있을 확률보다는 더 높아보이거든요. 박주영이 현재는 부진하지만 2010년 월드컵이나 모나코에서 보여준 원톱의 모습은 충분히 위력적이거든요. 물론 팀내 전술이 박주영 활용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지만, 그동안 국대에 힘좋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원톱을 그 정도로 수행해준 선수는 없었던 거 같거든요.게다가 본선에서 투톱을 쓰긴 쉽지 않죠. 한국팀의 국제무대 경쟁력은 늘 윙어였고, 미드필드 수적 우위라도 있어야 미드싸움에서 지지 않을 수 있거든요.(물론 기성용이 얼마나 더 성장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혹시나 그렇게 되더라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동국 화이팅.
고등학교 때 한참 축구 많이하고, 보기도 많이 할 때 이동국이 나타났어요. 고종수, 안정환과 함께 k.리그 인기몰이를 했고, 세명다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응원을 했었죠. 사실 저 세명 중에 고종수는 덜 좋아했습니다. 부천sk와 윤정환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 라이벌 팀의 라이벌 미드필더를 좋아하긴 어려웠거든요.
어제 안정환은 굴곡도 많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런 사랑의 연장선 속에서 화려한 은퇴식을 가졌고, 이동국은 한국에서 가장 욕 많이 먹는 선수가 되었 ㅋㅋㅋ 최근 동정표가 늘어나는 걸 보니 역시 예능프로그램이 위력이 좋더군요. 그 전에도 이런 저런 스포츠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와서 입장을 밝히곤 했는데 그 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었어요.
우루과이 전 이후에 몰리는 비난에 대해선 전에도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http://baseballpark.co.kr/bbs/board.php?bo_table=bullpen2&sca=&sfl=mb_id%2C1&stx=physhik&wr_id=326799&page=&order_field=time&cwin=
그리고 어제 경기가 끝나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이동국이 패스를 잘하는 줄 몰랐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_-;; 이동국은 국내에서 크로스를 가장 잘 올리는 선수 중 하나입니다. 설기현 다음이죠. 설기현이야 발목 힘이 좋아서 크게 휘어지는 좋은 크로스를 날리고, 이동국의 경우에는 각은 작아도 정확하게 날아갑니다. 수비도 예상하기 좋은 곳에 떨어지겠지만, 이동국 이외에 팀에 공중권을 확실하게 따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위력적일 수 있어요. 이동국이 활동량이 적다는 욕을 먹은지 5년쯤 되고 상무에서 뛸 때는 이동국이 윙을 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페이스(최고속도)도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윙으로도 좋은 활약을 했죠. (이동국의 최대 단점은 민첩성이지, 스피드가 아님)
세상에 안티라는 것은 없을 수가 없는 건데, 안타까운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해 과도한 비난을 하려면, 좀더 자세히 알아보려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거랑 사실 왜곡 두개만 안하면 안티가 나쁘다고 할 수도 없죠. 그러나 현실은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오히려 심한 비난을 일삼죠.
어제도 인터넷으로 경기를 보는데, 국내 중계를 들었거든요. 옆에 채팅창이 있는데, 전반전 내내 이동국에 대한 이유없는 비난이 쏟아지더군요. 분명 경기의 문제점은 중앙 한쪽이 텅비어있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중거리슛 형태의 제2차 공격허용에 있었고(김두현;;)
폼이 떨어져있는 박주영에 비해서 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실력 여부를 떠나 팀 전술 자체가 이동국의 포스트 움직임과 윙어들과의 협력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팀의 찬스에 자주 보였죠. 전북에서 맡았던 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 핵심이었기 때문에 골이 나기 전에 이동국을 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그냥 일단 이동국을 빼야 된다고 줄기차게 채팅창에 글이 올라오니 한숨이 나와서 채팅창을 닫아버렸음.
뭐 이동국이 골을 터뜨리면서 위아 더 월드가 되는 것이냐 했는데, 그대로더군요. 일부 안티가 박주영 쪽으로 옮겨간 것과 이동국은 결국 아시안용일 뿐이라는 10년째 들어오던 이야기만 -_-;;
히딩크가 이동국을 제외하고 4강에 오를 때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결국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이동국보단 이천수같은 선수로 채워야 하는 거 아닌가(지금은 이근호처럼 활동력이 좋고, 수비시 비는 공간을 빠르게 메워줄 수 있으며, 상대 수비에 대해선 체력적인 부분에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을 했었죠. 이기는 경기보단 지지않는 경기가 토너먼트에선 중요하고, 그럴려면 한방이 있는 선수가 가지는 비중은 줄어들 수 밖에 없죠.
근데 잘못 생각했던게, 이동국은 히딩크에게 버림받은 게 아니고, 황선홍, 안정환과의 주전경쟁에서 탈락한 것 뿐입니다. 박지성, 이천수야 위의 이유로 윙포워드로 기용을 한다지만, 팀에는 포스트에서 슛과 윙어에게 패스를 연결해줄 수 있는 선수와 그동안 지지 않고 견뎌온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조커가 필요했는데, 거기에서 경험많은 황선홍과 유럽무대 경험이 있는 판타지스타 안정환이 선택된 것 뿐이죠.
당시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 중 경기를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들도 꽤 많이 있는데, 그 중에는 제가 좋아하던 윤정환 선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선수에게도 이동국은 밀린 건데, 윤정환이야 안정환같은 팀내 테크니션이 부진하거나 미드필더에서 패스조직력이 붕괴되거나 하는 극단적인 위기가 처해졌을 때 사용할 수 있거든요. 팀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하는 감독의 구상에서 당시 젊었고 부상회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이동국이 탈락한 것이지, 히딩크가 이동국을 국대에서 뛸 능력 부족으로 낙인을 찍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최강희 감독의 최종예선 국가대표팀에서 이동국이 중용될 것은 어느 정도는 확실해보입니다. 현재 폼도 괜찮은 편이고, 최강희 밑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은 이동국은 위협적일 수 있는데다가, 최강희가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선수니까요.
근데 만약 본선에 올랐을 때, 본선에서도 뛸 수 있겠느냐는 것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좀 부정적이에요. 그 때까지 유럽에서 뛰고 있는 포워드들이 더 성장해주고, 박주영도 폼을 더 찾아서 나갈 확률이 2살 나이가 더 먹은 이동국이 폼을 유지하고 있을 확률보다는 더 높아보이거든요. 박주영이 현재는 부진하지만 2010년 월드컵이나 모나코에서 보여준 원톱의 모습은 충분히 위력적이거든요. 물론 팀내 전술이 박주영 활용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지만, 그동안 국대에 힘좋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원톱을 그 정도로 수행해준 선수는 없었던 거 같거든요.게다가 본선에서 투톱을 쓰긴 쉽지 않죠. 한국팀의 국제무대 경쟁력은 늘 윙어였고, 미드필드 수적 우위라도 있어야 미드싸움에서 지지 않을 수 있거든요.(물론 기성용이 얼마나 더 성장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혹시나 그렇게 되더라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동국 화이팅.
